“사업은 법인으로 운영하는데, 상표권은 대표이사 명의로 되어 있는 상황, 과연 안전할까요?”
이런 상황은 실무에서 매우 자주 발생합니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법인으로 전환했거나, 법인 설립 후 대표자 개인 명의로 상표를 등록해 두는 경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인과 대표자는 법적으로 엄연히 다른 인격체입니다.
따라서 상표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공들여 키운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취소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특허심판원 사례(2023당1905)를 통해 법인 운영 시 대표자 명의 상표권이 가질 수 있는 법적 쟁점을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1. 상표권 불사용취소심판이라는 '양날의 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는 등록상표를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누구든지 해당 상표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상표권자나 정당한 사용권자'가 사용했는가입니다. 대표자가 상표권자인데 법인이 사용했다면, 원칙적으로 상표권자의 사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비록 대표자가 1인 주주이자 경영자라 하더라도 법인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제3자가 불사용취소심판을 제기하면, 법인이 사용한 실적이 상표권자인 대표자의 사용으로 인정되지 않아 상표권이 날아갈 위험이 큽니다.
2. 특허심판원 2023당1905 사건: 묵시적 사용권의 인정
최근 "보케베케(vocavaca)" 상표와 관련된 심판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표자 A씨 명의의 상표를 법인 B가 사용하다가, A씨가 퇴사 후 상표 사용 금지를 요구하자 법인이 역으로 불사용취소심판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쟁점 1: 계약서가 없어도 사용권자로 볼 수 있는가?
당시 대표자 A씨와 법인 B 사이에는 명시적인 상표 사용 계약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심판원은 '묵시적 통상사용권'을 인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법인이 상표를 사용한 것이 '정당한 사용권자'의 사용으로 인정되어, 다행히 상표권 취소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
쟁점 2: 등록상표와 실사용 상표의 동일성 문제
등록상표는 국문과 영문이 결합된 "vocavaca 보케베케"였으나, 법인은 영문 "vocavaca"만 사용했습니다. 심판원은 영문 부분이 주요부이며, 국문은 그 음역에 불과하므로 거래 통념상 동일한 상표의 사용으로 보았습니다.
[한상은 변리사의 Insight] 사실 이 부분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외국어 상표의 발음은 실제 수요자의 인식을 따라야 합니다. 'vocavaca'는 통상 '보카바카'로 불리는데, 이를 '보케베케'의 동일성 범위로 본 것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따라서 국/영문을 병기해 등록받았다면, 가급적 등록된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3. 상표권 침해 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상표권자가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판례(2014다59712 등)에 따르면,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를 영업에 직접 사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대표자 개인이 상표권을 가지고만 있고 직접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사업은 법인이 하고 있다면), 상표권 침해 행위가 있어도 대표자에게는 '영업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결국, 타인의 무단 사용을 막을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금전적 보상을 받는 데 한계가 생기는 것입니다.
4. 지식재산권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많은 경영자가 상표권을 단순히 등록만 해두면 끝나는 것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상표권을 대표자 개인 명의로 방치할 경우, 향후 기업 매각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상표권을 침해당하고도 정작 손해배상은 청구조차 못 하는 이름뿐인 권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상표권 명의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다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상은 특허법률사무소 (소송 및 심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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