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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에서 의미있는 판례가 선고되었습니다. 상표권 침해 소송 등에서 상표권 간에 저촉하는 경우에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는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종전 입장을 변경했는데요. 오늘은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53444 판례 평석을 공유해 드리려 합니다.
작성: 한상은 변리사(전 대검찰청 특허수사자문관)
1. 사안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는 2014. 9. 5. 상품류구분 제9류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제42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 등 지정상품에 관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고, 2014. 12. 18. 상표등록을 받았다(이하, '선출원 등록상표'). 피고는 2015. 12. 18. 설립된 법인으로, 피고는 컴퓨터 등의 데이터를 복구해 주는 사업을 영위하면서 홈페이지, 간판 등에 상표를 사용하였다(이하, '피고 사용표장').
원고는 2016. 6. 13. 피고를 상대로 '데이터팩토리', 'DATAFACTORY'에 대한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6. 8. 10. 상품류구분 제9류의 이미지 및 문서 스캔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제42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업 등 지정상품에 관하여 상표등록출원하였고, 이 사건 소가 계속 중이던 2017. 8. 8. 상표등록을 받았다(이하, '후출원 등록상표').
나.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피고는, 후출원 등록상표가 등록된 2017. 8. 8. 이후부터는 자신의 등록상표를 정당하게 사용한 것이므로 원고의 등록상표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과 원심은 피고가 상표등록을 받은 2017. 8. 8. 이후의 사용도 원고의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가 된다고 보아 사용금지 및 폐기 청구에 관한 부분은 받아들이되, 피고가 상표권 침해행위로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2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0. 선고 2016가합534229 판결, 특허법원 2018. 6. 21. 선고 2017나2158 판결). 이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 쌍방이 각 상고하였다.
다. 쟁점 이 사건에서는, 후출원 등록상표가 상표로 등록된 2017. 8. 8. 이후부터는 등록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여 원고 등록상표의 침해가 부정되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대법원의 판단
상표법은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함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표권자가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등록된 타인의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선출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면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의 경우 선발명, 선창작을 통해 산업에 기여한 대가로 이를 보호·장려하고자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상표권과 보호 취지는 달리하나, 모두 등록된 지식재산권으로서 상표권과 유사하게 취급·보호되고 있고, 각 법률의 규정, 체계, 취지로부터 상표법과 같이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한다는 기본원리가 도출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3. 해 설
가. 문제의 소재
1) 상표권의 저촉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상표법 제89조). 그리하여 상표권은 일면에 있어서 상표권자 자신이 지정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적극적 효력을 가짐과 동시에, 타면에 있어서는 타인이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을 배제하고 지정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 또는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대하여 등록상표 또는 이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을 금지하는 소극적 효력을 갖는다(헌법재판소 1997. 12. 24. 선고 96헌마205 전원재판부 결정).
상표권침해소송에서 선출원 등록상표와 침해의 대항을 받는 상표 및 상품(이하, '상표품')사이에 상표 및 상품의 동일·유사성이 인정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상표품에 대하여 상표 및 상품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후출원 등록상표가 존재하는 경우에, 그 상표품을 둘러싸고 선출원 등록상표의 소극적 효력과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이 충돌하는 데서 등록상표권 사이의 저촉이 발생한다. 여기서의 후출원 등록상표는 선원주의에 관한 규정에 위반됨에도 잘못 등록된 것이고(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제35조 제1항), 이때의 후출원 등록상표는 무효심판의 대상이 된다(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1호). 그런데 상표권은 이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된 때부터 소급하여 소멸하는 것이므로(상표법 제117조 제3항), 이와 같이 무효사유가 있는 상표가 행사된 경우에 상표권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2) 종전의 판례
종래 대법원은 상표가 등록되면 비록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심결에 의하여 그 등록이 무효로 확정되기까지는 등록상표로서의 권리를 그대로 보유하므로, 상표권에 기한 침해금지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91. 4. 30. 자 90마851 결정, 대법원 1995. 5. 9. 선고 94도3052판결,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702 판결). 또한, 이러한 법리는 등록상표권 사이에 저촉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후출원 등록상표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후출원 등록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권을 사용하는 행위로서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표에 사용하는 것은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에 있었다(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277 판결, 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54434, 54441(병합) 판결). 그 후, 대법원은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종전 판례의 견해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등록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 관한 판례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견해 변경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하급심 판례는 후출원 등록상표권의 사용행위에 대하여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의 책임을 부정한 종전 판례를 따른 실무례도 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3.자 2019카합21186 결정), 대상판결의 원심과 같이 후출원 등록상표권의 행사에 대해 침해의 책임을 인정하기도 하는 등 실무례가 나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등록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의 문제를 통일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나. 평 석
대상판결은 선출원 등록상표와 저촉되는 후출원 등록상표는 그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였다(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은 '상표권과 타 권리 사이의 저촉관계'를 규정한 상표법 제92조의 기본원리가 '상표권과 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고, 상표법 제92조에서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등록상표의 사용이 제한됨을 의미하므로(대법원 2006. 9. 11 자 2006마232 결정), 결국 대상판결은 상표법 제92조와 이에 대한 해석을 받아들인 결과 선출원 등록상표와의 관계에서 저촉되는 후출원 등록상표는 그 적극적 효력이 제한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상표법 제92조는 상표권 사이의 저촉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고, 상표법상 동일·유사한 상표의 중복등록은 선원주의에 관한 규정과 무효심판절차를 통해 직접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제117조 제1항 제1호), 대상판결이 상표권 저촉의 문제를 상표법 제92조에 기대어 해결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결과적으로 후출원 등록상표는 그 적극적 효력이 부인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 사건에서 확인대상표장이 등록상표인 경우에는 설사 그것이 선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것이라 하더라도 선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적극적으로 속한다거나 소극적으로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후605 판결,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후11698 판결 등). 이를 허용하게 되면, 무효심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등록상표의 효력을 부인하는 결과가 되는 문제가 있어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법리가 계속 유지된다면 후출원 등록상표인 확인대상표장에 대한 권리범위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도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등록권리인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무효심결이 없더라도 권리범위가 부정된다고 보았다. 특허발명에 신규성이 부정되는 경우(대법원 1964. 10. 22. 선고 63후45 판결, 대법원 1983. 7. 26. 선고 81후56 판결 등), 명세서의 기재불비 등으로 인하여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후235 판결 등), 특허발명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대법원 2001. 12. 27. 선고 99후1973 판결 등)에는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권리범위가 부정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특허발명이 선원주의에 위반하는 경우(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후1040 판결)에도 무효심결과 상관없이 특허발명은 그 권리범위가 부정된다.
그러나 상표권이 선원주의에 위반하는 경우 그 권리범위가 부정되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명확한 판례가 없고, 신규성을 위반한 특허권의 권리범위가 부정되는 것은 공지공용의 부분에 대하여는 권리범위를 확장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나온 결론이어서, 같은 논리로 상표권의 권리범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상표법은 특허법 등과 달리 상표등록에 관하여 일정기간 이내에 등록무효의 심판청구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심판청구권을 상실시키는 제척기간을 두고 있다(상표법 제122조). 상표권이 상표등록일로부터 5년을 경과하고 나면, 선출원주의에 관한 규정(제35조 제1항, 제34조 제1항 제7호)위반을 사유로 하여서는 심판을 청구할 수 없고, 심판청구는 심판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되어 각하된다. 심지어 심판청구 당시에는 선출원주의 위반을 주장하지 않고 다른 무효사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가, 제척기간 경과 후에 선출원주의 위반을 새로운 무효사유로 추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후2275 판결). 상표법이 제척기간을 둔 취지는 등록상표권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킴으로써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고(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후2275 판결), 이와 같이 선출주의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무효심판에 대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도록 한 것은 상표권에 선출원주의 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이를 영구히 남겨두는 것보다는 상표권을 공존시켜 각자가 자신의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이해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선원주의에 위반하는 상표권이라는 이유로 타 절차에서 상표권의 권리범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상표법 제92조를 통하여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이므로, 여기에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는 고려될 여지가 없다. 그 결과 후출원 등록상표가 상표등록일부터 5년을 경과하고 나면, 선원주의 위반을 사유로 해서는 무효가 될 수 없지만 상표권과 저촉된다는 이유로 그 적극적 효력이 제한된다. 상표법이 선원주의 위반의 무효사유에 대해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도록 한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상표권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그 상표권의 행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선언한 바 있고(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의 등록출원 자체가 부정경쟁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대법원 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 신의칙 내지 사회질서에 반하는 상표권의 행사라고 인정되는 경우(대법원 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에도 상표권 행사가 제한된다. 상표권남용의 법리는 권리의 공정력을 해하지 않으면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사안에서도 선원주의에 관한 규정과 상표권남용 법리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대상판결의 보충의견은 등록상표의 사용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볼 경우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채택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후출원 등록상표의 상표등록일부터 5년 이내에 무효심판이 청구된 사실이 없어 소위 권리남용의 '명백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고, 피고는 실제로 사용 중인 표장에 대해 상표등록을 받은 것이어서 부정경쟁목적의 출원 또는 신의칙 위반의 이유로 권리남용을 인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결국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을 부인하지 않고, 권리남용의 '명백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 글의 견해에서는 피고에게 상표권 침해의 책임이 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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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한상은 대표변리사
한상은 대표변리사는 2013년 변리사시험(49기)에 합격한 이후 대한민국 대검찰청 및 서울중앙지검 특허수사자문관으로 재직하며, 검사가 자문을 의뢰하는 지식재산권 범죄 사건에 대해 약 100건 이상의 소송·심판을 수행한 실무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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