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명품 가방을 지갑이나 키링 등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리폼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표권 침해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있었던 루이비통 리폼 소송을 통해 핵심 쟁점과 법적 판단 근거를 정리하였습니다.
루이비통 리폼 상표권 침해 사건
이번 칼럼은 유튜브 채널 한변리사 1% 인싸이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주문대로 제작했을 뿐” vs “상표권 침해다”
사건의 발단은 루이비통 측이 리폼 업체의 광고를 접한 뒤, 예전 모델 가방을 맡기며 현재 매장에서 판매 중인 삭 플라 모델로 제작을 요청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업체가 요청대로 제작해 인도하자, 루이비통은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고객이 정당하게 구매한 중고 가방을 분해하여 재활용하는 과정일 뿐이며, 이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원단에 이미 표시되어 있던 상표를 그대로 사용하였을 뿐 새롭게 상표를 부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리폼된 제품에 상표가 그대로 남아 시장에 유통될 경우 소비자가 정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가방을 지갑이나 키링 등 전혀 다른 상품으로 변경한 것은 단순 수선이 아닌 새로운 상품의 생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리폼 업자에게 제작 및 판매 중지와 함께 손해배상금 1,500만 원의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권리소진론과 재생산의 경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권리소진론과 재생산의 판단 기준입니다.
권리소진론은 정품이 상표권자에 의해 한 번 판매되어 수익이 발생하면, 그 이후 구매자가 상품을 어떻게 처분하더라도 상표권자가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재생산은 기존 제품을 완전히 해체하거나 가공하여 형태와 용도가 전혀 다른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을 권리소진론이 아닌 재생산의 관점에서 판단하였습니다.
판단의 근거로 2003년 대법원의 이른바 후지필름 사건 판례가 인용되었습니다. 후지필름 상표가 새겨진 일회용 카메라의 빈 용기를 수집하여 새 필름으로 교체하고 포장을 일부 변경하여 판매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상표권자가 상품을 한 번 판매한 이후에는 해당 상품에 다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권리소진의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원래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가공하거나 수선하여 새로운 상품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번 리폼 사건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었습니다.
특허법원의 판단 근거
항소심인 특허법원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루이비통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였습니다.
- 상표를 사용한 행위로 판단하였습니다. 상표가 표시된 중고 가방을 원자재로 사용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가방을 제작한 것은 결과적으로 상표를 표시한 것과 다름없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를 제작하여 인도하는 행위 자체가 상표를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 상품의 동일성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존 상품의 동일성을 훼손한 리폼 제품은 단순 수선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운 상품을 생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혼동 가능성을 방치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리폼 제품에 재생품이나 리폼이라는 별도의 표시를 추가하지 않아, 거래 시장에 유통될 경우 정품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허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고, 리폼 제품의 제작 및 판매 중지와 함께 손해배상을 명하였습니다(상표법 제107조, 제109조). 리폼업자는 이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 남겨진 상태입니다.
한상은 변리사의 한마디

과거 후지필름 사건은 업자가 빈 용기를 직접 수집해 재판매한 경우였지만, 이번 사건은 결이 다릅니다. 리폼업자가 중고 가방을 사 모아 되판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요청한 대로 제작을 대행해 준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정품을 구매한 사람이 직접 리폼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러한 제작 능력을 갖추기 어려운 소비자가 업자에게 맡기게 되면서, 어디까지를 개인적 사용의 범위로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리폼한 제품을 쓰다가 중고 시장에 내놓는 순간부터는 상표권 침해의 영역으로 들어가며, 정품으로 오인되게 하거나 아무 고지 없이 판매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리폼업자가 대가를 받고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상표법상 영업에 해당하므로, 대법원에서도 상표권 침해라는 결론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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