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 인싸이트

상표권 침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과 아이밀 첫 인정 사례

이번 칼럼의 질문

상표권을 고의로 침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은 얼마나 무거워질까요

상표권을 침해당한 사람은 침해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침해한 쪽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판매를 계속했다면, 배상 책임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0년 상표법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실제로 적용된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이 제도가 무엇이고 어떤 요건에서 인정되는지, 아이밀 사건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참고 영상

상표권 침해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처음 인정된 아이밀 사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개념과 고의 요건을 설명하고, 개정 상표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아이밀 사건의 경과와 손해액 산정을 짚어 갑니다.

맥도날드 커피 소송으로 본 징벌적 손해배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소송이 많은 미국에서는 자주 인정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맥도날드 커피 소송입니다.

스텔라 리벡은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산 커피의 뚜껑을 열다가 뜨거운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었습니다. 리벡은 맥도날드가 필요 이상으로 뜨거운 커피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맥도날드가 이미 700명이 넘는 고객이 화상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약 27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8억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문구가 표시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

우리나라 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보수적인 편입니다. 법원이 공개한 손해배상 판결 통계를 보면, 원고가 청구한 금액에 견주어 10%도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상표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는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변호사 비용도 크게 듭니다. 그래서 일부 침해자는 상표권 침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송이 끝날 때까지 상품 판매를 계속하기도 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2020년 상표법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상표법 제110조 제7항은 고의적인 상표권 침해에 대해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2020년 10월 2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의는 형사 고의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아무 때나 인정되지 않고 고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여기서의 고의는 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고의가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악의를 의미합니다.

상표권 침해로 피해를 받은 규모, 침해자가 침해를 지속한 횟수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원래 인정될 금액에서 최대 세 배까지 증액할 수 있습니다.

아이밀 사건의 경과

2020년 상표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아이밀 사건은 개정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원고는 2011년 무렵부터 아이밀 상표를 유기농 쌀과자 등에 사용해 온 중소기업입니다. 아이밀과 imeal 등의 상표를 출원해 등록도 받았습니다. 피고는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식품업계 선도 기업으로, 2018년 1월경부터 아이밀 표장이 표시된 유아식과 과자, 음료 등의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고는 2019년 피고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7월 22일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피고가 항소한 특허법원 사건에서는 2022년 5월 29일, 피고가 아이밀 표장을 사용하지 않고 홈페이지 등에서 아이밀 부분을 삭제하기로 하는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가 조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간접강제를 신청해 결정을 받았고, 피고의 SNS 계정에 아이밀 게시물이 남아 있는 점을 문제 삼아 집행문 부여를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10월 6일, 간접강제결정에서 삭제 대상으로 정한 광고선전물은 유체물 형태의 광고선전물을 의미하므로 SNS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은 것은 간접강제결정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고, 이 판단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간접강제 위반이 아니어도 상표권 침해에는 해당할 수 있습니다

SNS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은 것이 간접강제결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되었지만, 손해배상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게시물 게시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는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간접강제 결정의 문언 해석 문제와 상표권 침해 성립 여부는 별개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침해 인정과 손해액 산정

이후 원고는 피고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에서 상표권 침해와 손해배상이 인정되었고, 피고가 항소한 특허법원에서도 침해와 손해 발생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손해액 산정에서 원고는 상표 사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실시료 상당액을 손해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였으나, 특허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합리적 실시료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특허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그 액수를 증명하기 극히 곤란한 경우에 관한 상표법 제110조 제6항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의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6억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이 기간 피고의 침해 제품 매출액은 약 548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고의 침해의 시작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

원고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인 상표법 제110조 제7항이 시행된 2020년 10월 20일부터의 침해행위에 대해 증액배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의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한 판결이 확정된 2021년 6월 12일 이후의 침해행위만 고의적인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무효 판결이 확정되면서 피고가 자신의 표장 사용이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그 시점 이전의 침해가 고의적이라는 점은 증거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산정

특허법원은 전체 손해액 6억 원을 기간별로 나누었습니다.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2018년 1월부터 2021년 6월 12일까지의 손해액은 5억 원, 고의가 인정되는 2021년 6월 13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의 손해액은 1억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고의 침해 기간에 해당하는 1억 원에 상표법 제110조 제7항을 적용해 2배인 2억 원으로 증액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은 고의 이전 기간의 5억 원과 증액된 2억 원을 합한 7억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증액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하는 여덟 가지

상표법 제110조 제8항은 증액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할 요소로 여덟 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침해로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이 손상된 정도, 고의 또는 손해 발생 우려를 인식한 정도, 상표권자가 입은 피해 규모,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침해행위의 기간과 횟수, 침해에 따른 벌금, 침해자의 재산 상태, 침해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확정판결로 침해 사실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고도 침해를 계속한 점, 고의 침해 기간이 2년 6개월에 이르는 점, 피고가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서 검색어 아이밀을 장악해 원고의 사업 기회를 막을 수 있었던 점, 피고의 피해구제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아이밀 사건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실제로 인정된 첫 사례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모든 상표권 침해 사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침해 기간 전체가 아니라, 등록 무효 판결이 확정되어 피고가 침해 사실을 확정적으로 알 수 있게 된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만 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 침해자가 침해 사실을 언제부터 확정적으로 인식했는지가 증액배상 인정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우리나라 법체계와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어 법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사한 사건에서 이 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상은 대표변리사

담당변리사 | 한상은 대표변리사

한상은 대표변리사는 2013년 변리사시험(49기)에 합격한 이후 대한민국 대검찰청 및 서울중앙지검 특허수사자문관으로 재직하며, 검사가 자문을 의뢰하는 지식재산권 범죄 사건에 대해 약 100건 이상의 소송·심판을 수행한 실무 전문가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한상은 특허법률사무소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무실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511 무역센터 트레이드타워 30층
상담 문의
02-6007-2132
같은 쟁점으로 대응이 필요하시면 먼저 연락 주십시오자료를 먼저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여쭤본 뒤에 대응 방향을 말씀드립니다. 접수된 문의는 실무진 배당 없이 대표변리사가 직접 확인합니다.
상담 문의 →
채터 콘솔에서 시작하기